아귀간 연남동 ‘카에식탁’에서 먹어본

안주가 회와 홍합찜이 있는데 왜 소주를 안 시키는지 그렇게 소주 1병을 마시고 시간제한 때문에 쫓겨났다.

친구들과 쉽게 헤어지기엔 또 아쉬워서 어디로 다시 갈까 연남동 골목을 누비는 가정국의 1차를 택한 듯 아무데나 2차를 들어갔다.

너무 추워서 그대로 들어와서 간판을 찍을수가 없었어…난 아직 완벽한 블로거는 아닌 것 같아. 간판을 못 치다니…

여기 이름이 ‘개구리’인 건 나중에 카드 영수증을 보고 알았어.그리고 영수증에 적혀 있는 대표자 이름이 일본인 이름이었다.

사장님이 일본인 같네.

국수 메뉴는 꽤 간단하다.

튀김은 튀겨지지 않았고(튀겨지지 않았다기보다는 친구가 건강관리를 위해 튀김을 최대한 먹지 않도록 한다) 1차 때는 이미 회를 먹었기 때문에 무엇을 먹을지 선택장애가 되어버렸다.

그 메뉴의 안주 중 튀김과 생선회 이외는 얼마 남지 않았다.

사장님께 이러한 우리의 상황을 설명하고 안주 추천을 부탁했더니 사장님의 말씀은~”

(우리 둘은 동공지진)

암? 아귀암? 아귀건…?

몇 번 들어봤지만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라 선택지는 더 심해졌고 친구들이 인터넷에서 사진을 검색해 보고 깜짝 놀랐다.

사장님이 그 사진 보고 그렇게 못생겼다고 먹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대표님을 믿고 주문.

주문한 메뉴가 나올 때까지 우리 둘은 불안에 떨었다.

분위기는 이렇다.

역시 1차 식사 겸 술집과 비슷한 분위기지만 좀 더 어둡다.

이런 연남동 특유의 분위기. 술집 분위기 좋다

저랑 친구들은 보통 테이블에 앉았는데 다찌랄까 바자리랄까 원맨석 자리 저기 주방을 바라보고 앉는 자리에 이렇게 잔이 진열돼 있어 신기해서 찍어봤다.

취향에 맞게 잔을 골라서 쓰면 되는 가봉가

불을 무서워한다.

딱 봐도 조명 양초인데 (한 차로 마신 술에 확실히 취한 것 같다) 진짜 불이라고 생각하고 젓가락을 내려놓고 팔에 닿을까봐 흠칫했다.

그리고 바로 나온 ‘아귀건’ (13,000원)

떨고 있는 우리 두 사람을 보시면서 사장님께서 우스꽝스럽게 안주를 내놓으셨다.

어떻게 먹느냐고 물었더니 이것 저것 싸서 먹으란다.

폰즈 소스가 젖어 있다던가

무와 양파, 날고추냉이, 저 깊은 곳에 아귀암이 웅크리고 있을 것이다.

먼저 내가 용기를 내서 조심스럽게 젓가락으로 양파를 제거해 보았다.

그러면 이만한 앙꼬 간이 몇 개 있다.

다행히 생각보다 비주얼은 귀여웠다.

네이버 이미지로 검색해본 무서운, 돼지 배를 쪼개어 철썩 도마 위에 던져놓은 생간이나 위 같은 비주얼이 아니었다.

입에 대고 살짝 씹어보면 어디서 많이 먹어본 맛이다.

기억 속 어딘가에 있는 어디서 먹은 맛을 떠올려보니 분홍 소시지 맛이었다.

폰즈 소스의 향기가 가득하고 고추냉이나 양파와 함께 먹기 때문에 제법 먹을 수 있다.

아니야, 맛있었어

아귀의 식감은 혀로 으깨지면 으깨지는 식감.추억의 도시락에 들어가는 잘 구워진 핑크 소시지의 식감. 그것보다 더 부드러워

결국 사정이 있어 술을 못 마시는 친구를 앞에 두고 나는 참이슬 한 병을 또 주문했다.

그릇의 크기는 아주 작다.

손바닥보다 작았다.

아귀건을 밥처럼 떠먹는 게 아니라 젓가락으로 지그시 집어먹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다 먹고 나서 슬슬 집에 가려고 하는데 옆에 있던 다른 손님들도 거의 없어져 버렸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영히로1길 46

조용히 친구들과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았고 사장도 친절했고 아귀간도 맛있었다.

일본어를 공부할 때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봐서 그런가?주룩주룩 비가 오는 날 가면 더 분위기가 좋을 것이다.

비오는날사람들이우산을접으며”아~춥네~!
””그러네~”하면서들어올것같다.

(망상)

내가 좋아하는 연남동 특유의 분위기 가득한 술집이야.

가게 안이 좁지만 좁기 때문에 나름대로 분위기를 살 수 있는 곳.내 생애 첫 아귀깡을 맛본 곳.